<<내 이름 빨강1>>을 읽은 후 감상문이다.
내 이름은 빨강 1 - 오르한 파묵
아주 오랜만에 독서 관련 글을 쓴다. 책을 안읽은 것은 아니지만, 여유가 없고 블로그 작성 습관이 안잡혀 있다 보니 기록하지 못하고 지나갔다. 지난 11월 티스토리 블로그 챌린지 이후 약 3개월 간 블로그에 포스팅 하는 것에 습관이 생겨 컴퓨터 앞에 앉아, 자연스럽게 어제 다 읽은 책 <<내 이름은 빨강 1>>에 대한 글을 간단하게 적어본다.
읽게 된 계기
인스타그램 릴스를 타고 다니다가, 민음사 직원분들 한 명씩 책을 추천해주시는 릴스를 보게되었다. 책을 많이 보시고, 좋아하시는 분들이라 정말 다양한 소재의 책들을 소개해 주셔서 리스트에 적어두었지만, 이 책은 당장 읽어 보고 싶은 마음에 바로 구매하게 되었다. (영상 링크를 첨부하고 싶었지만, 수많은 영상속에서 되찾지를 못했다.
책은 구글 북스
zyn은 이북을 선호한다. 가장 선호하는 곳은 Google Books이고 그다음 교보문고 이런식이다. <<내 이름은 빨강 1>> 은 구글에서 판매중이었기 때문에 편하게 보았다.
좋은 점
- 낯설어서 궁금한 터키 문
<<내 이름은 빨강>>은 튀르키예(터키)의 수도 이스탄불을 배경으로 한다. 시대적 배경은 예측할 수 없지만, 편지를 주고 받고 전통 문화라고 볼 수 있는 책(종이를 우리가 아는 방식이 아닌 특이한 방식으로 만든다. 때문에 오래 보존될 수 없음을 표현하는 구절이 있다.) 만들기와 페르시아의 전쟁 이야기를 하는 것으로 보아 (페르시아에 대한 정보는 살짝 검색해 보았다.) 기원전 4~5세기 경의 이야기인 것으로 보인다. 우리 관점으로 보자면 삼국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소설로 볼 수 있을 것 같다. 지금 글을 쓰기 전까지는 20세기 초정도라고 상상하면서 책을 읽었는데, 세삼 역사 소설이라는 점을 깨닫는다. 그만큼 중동과 튀르키예에대해서 잘 모르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문화가 새로워 예전 모스크바 신사를 읽을 때 처럼 여행을 떠난 기분이 들어 좋다.
- 좋은 표현들
낯선 문화 때문일수도 있고, 소설가의 역량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현상을 바라보는 완전히 다르고 다양한 시각을 만날 수 있어, 책을 읽는 내내 세상을 바라보는 다양한 안경을 체험하는 경험을 할 수 있었다. 나중에 다시 보고 싶어, 몇몇 인상깊은 표현들을 정리해 본다.
시간에 대한 표현들
지구가 멸망하더라도 자신의 책들만은 영원히 남아 있을 거라고 굳에 믿었던 이븐 샤키르에게 시간이란 개념은 언제나 깊고 무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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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이 다른 모든 것을 모사하고, 그래서 아무것도 늙거나 죽지 않아서 인간이 시간의 흐름을 알지 못했던 시절이 있었다. 정말로 시간이 전혀 흐르지 않는 것처럼 반복적으로 똑같은 이야기를 쓰고 똑같은 그림을 그리던 시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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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나를 마음껏 바라볼 수 있도록 나는 잠시 말을 멈췄다.
사랑에 대한 표현들
사랑이 사람을 바보로 만드는 걸까요, 아니면 바보들만 사랑에 빠지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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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들은 언제나 자신의 사랑이 촌각을 다투는 시급한 일이라도 되는 듯 성급하게 마음을 드러내는 바람에 상대의 손에 칼자루를 쥐어 주지요. 영리한 연인은 결코 서둘러 반응을 보이지 않는 법입니다. 결론은, 서두르면 사랑의 열매가 늦게 맺는다는 거지요.
(가짜)돈에 대한 표현들
저를 손에 넣은 사람들 대부분은, 특히 제가 가짜 돈이라는 것을 알면, 한시라도 빨리 제게서 벗어나려고 했습죠. 그리고 제가 가짜란 걸 알면서도 절 사려는 어수룩한 자에게 경고하는 사람은 이제껏 한 명도 보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제가 가짜라는 것을 모르고 120악체에서 산 사람들은 자신이 속은 것을 알자마자, 또 다른 사람을 속여서 저한테서 벗어날 때까지, 분노와 초조함 속에서 가슴을 치더군요. 이 위험한 시간 동안, 그들은 남을 속이려고 계속 시도하지만 결국 성급함과 분노 때문에 항상 실패하곤 했습니다. 그리고는 자신을 속인 그 '망할 놈'에게 진심에서 우러난 욕설을 퍼붓더군요.
지난 칠 년 동안, 저는 이스탄불에서 560명의 손을 거쳤습지요. 여염집, 상점, 시장, 이슬람 사원, 교회, 유대교 예배당 등등 안 가 본 곳이 없답니다. 돌아디면 돌아다닐수록 제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저에 대한 많은 이야기가 오가고 전설이 만들어지고 거짓말을 해 대는 걸 보았습죠. 사람들은 이제 저 말고는 다른 무엇도 가치가 없게 되었으며, 슬프게도 제가 이 세상의 토대고, 저로는 무엇이든 살 수 있고, 그리고 제가 가혹하다고 말하면서, 제 면전에 대고 저의 더러움과 저속함에 대해 끊임없이 비판했지요. 제가 가짜라는 걸 알게 된 사람들은 분노에 치를 떨며 더 험악한 말들을 내뱉더군요. 저의 진짜 가치가 떨어질수록 비유의 가치는 더 올라갔습니다. 그러나 이 모든 싸늘한 비유와 생각 없이 던지는 욕설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저를 미치도록 좋아했습니다. 요즘처럼 사랑 없는 시대에 저에게 바쳐지는 그토록 진실하고 풍부한 사랑은 우리 모두를 즐겁게 해 주는 것이라고 저는 믿습니다.
죽음에 대한 표현들
그들이 얼마나 유일해지고 독특해지고 싶어 하는지, 그것을 얼마나 치열하게 원하는지 보아라. 이 죽음의 눈동자를 보아라. 인간은 궁극적으로 죽음 그 체가 아리나, 특별하고 예외적인 존재가 되고 싶은 욕망 때문에 죽음을 두려워하는 것이 아니더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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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너무나 두려워 울부짖듯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나의 비명 소리를 그림으로 표현한다면 그것을 초록색으로 칠해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어둠에 잠긴 텅 빈 골목에서는 아무도 이 색을 듣고 있지 않으며, 내가 정말로 혼자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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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하여 마침내 죽기 직전, 나는 스스로 죽기를 바랐다. 그리고 나의 전 생애을 통해 머리를 쥐어짜고 수많은 책들을 뒤져서도 얻지 못했던 답, '어째서 사람들은 예외 없이 죽게 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바로, 그러기를 바라기 때문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죽음이 나를 더욱 해박한 존재로 만들어 준다는 사실을 알았다.
참신하거나 재밌었던 표현들
나는 나의 존재감으로 정적을 대신하기 위해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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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한 샤는 다른 사람들도 나처럼 행복해지면 어쩌나 하는 걱정으로 자신의 행복을 망쳐 버리는 질투심 많은 인물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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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은 세 가지 일에 쓸모가 있다니다.
첫째, 당신이 뭔가를 원하는데, 그것을 원하는 것조차 허락되지 않을 때가 있어요. 그러면 꿈에서 그걸 보았다고 말해 보세요. 그러면 사실은 당신이 원하는 것인데도 마치 원하지 않는 것인 것처럼 원한다고 말할 수 있거든요.
둘째, 누군가에게 못된 짓을 하고 싶을 때가 있지요? 예를 들어 누군가를 비방한다고 해 봐요. 그때는 "꿈에서 그 여자가 불륜을 저지르더군요." 라고 말하세요. 또는 "어떤 관리 집으로 포도주가 잔뜩 운반되던데요."라고 말하세요. 그러면 사람들은 곧이곧대로 믿지 않더라도 그 말을 절대 잊지 못할 거예요.
셋째, 뭔가를 원하기는 하는데 그게 뭔지 모를 때가 있잖아요. 그러면 복잡한 꿈을 사람들에게 말해 보세요. 그러면 사람들은 단번에 해몽을 해서 당신에게 필요한 게 뭔지, 그들이 당신에게 해 줄 수 있는 게 뭔지 말핼 줄 거예요. 예를 들면 "당신에게는 남편과 아이들과 집이 필요해요."라고 말해 주는 거예요.
물리적으로 철학적으로 좋았던 표현들
가장 재능 없는 화가조차도 오늘날 서양 화가들이 하듯 살아 있는 말을 보면서 그림을 그리더라도 사실은 기억을 통해서 그림을 그리는 것이라고 한다. 왜냐하면 그 누구도 말과 말을 그리고 있는 종이를 동시에 볼 수는 없기 때문이다. 화가는 먼저 말을 본 다음, 머릿속에 있는 것을 재빨리 종이에 옮긴다. 그사이가 비록 눈 한 번 깜박할 동안이라도, 화가가 종이에 그리는 것은 보고 있는 말이 아니라 방금 전에 본 말에 대한 기억인 것이다. 이것은 가장 재능 없는 화가라도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오직 기억을 통해서만 가능하다는 사실을 뒷받침하는 증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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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화풍, 즉 한 화가를 다른 화가들과 구분할 수 있게 하는 그 어떤 것은 곧 결함이라고 믿는다. 몇몇 사람들이 자랑스럽게 말하듯, 그런 것이 개성이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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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도시가 크고 휘황찬란한 만큼 우리가 우리의 죄를 숨길 수 있는 장소도 그만큼 많을 것이고, 도시가 사람들로 붐비는 만큼 각자의 죄도 서로 섞여 분간할 수 없게 될 것이다. 어떤 한 도시의 지적 능력은 그 도시의 학자들과 도서관, 세밀화가들, 서예가들, 그리고 이슬람 학교의 숫자가 아니라, 어두운 거리에서 수천 년 동안 교활하게 저질러진 살인의 횟수로 계상해야만 한다. 이런 의미에서 이스탄불은 전 세계에서 가장 지능적인 도시라는 것을 나는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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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건 위에 적혀 있는 것이 무엇이든 그 논리에 존경을 표하는 오스만 제국은 가짜 금화에 새겨진 것이 진짜와 똑같이 생겼기만하면 함유된 금의 양에는 신경 쓰지 않습지요. 그래서 가짜 베네치아 금화가 이스탄불 전체에 쫙 깔리게 된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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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를 대가로 만드는 것은 주제를 경험하는 것이 아닙니다. 반대로 전혀 경험하지 않는 것이 우리를 대가로 만들어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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훌륭한 화가는 자신의 그림으로 우리에게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종국에 가서는 우리 마음속의 풍경까지 바꿔 놓는다는 것을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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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그림은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것속에 숨겨져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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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초상화를 한번 보면, 자네도 자기 자신이 다른 사람들과 전혀 다르고, 유일하며, 특별한 그리고 독특한 창조물이라는 것을 빋고 싶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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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전쟁터에서 느꼈던 것처럼, 내가 신을 사랑하고 신께서 나를 보호하시기 때문에 모든 일이 잘될 거라는 믿음이 생겼다. 이런 믿음이 생기면 무슨 생각을 하든, 무엇을 의도하든 모든 일이 잘되게 마련이다.
- 서술 방식
이 책이 쓰여진 방식은 정말 특이하다. 이렇게 쓰여진 책은 한 번도 본적이 없다. 매 챕터가 독백, 회상하면 독자들에게 오로지 자신의 관점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방식으로 전체 이야기가 전개된다. 책을 중반을 넘어갈 때까지도 중복되는 사람이 없어서, 정말 한 사람씩 이야기를 하는데 전체 그림이 그려진다는게 놀랍다는 생각이 멈추지 않는 참신한 서술 방식을 갖고있다.
감상
나는 지금 우물 바닥에 시체로 누워 있다.
죽은 애니시테의 독백으로 이 이야기는 시작된다. 죽음이라는 소재의 무게감 때문에 죽음이 소설 전체의 '주제"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애니시테의 죽음은 이 소설의 전부가 아니다.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이 소설은 모두가 자신의 이야기를 독자들에게 들려주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화자들은 모두 가감없이 그리고 끊임없이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표현하면서 풍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야기가 풍부한 만큼 각 화자가 갖고 있는 본모습이 가감없이 드러난다. 이런 표현들을 보며, 세상 사람들은 어딜가나 똑같음을 느끼면서도 이 소설가는 다른사람 마음속을 전부 들어가본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정도로 다양한 사람들의 욕망이 사실감 있게 표현됐다.
책을 읽은 뒤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되돌아 보면, 남아 있는 사람들의 본모습의 느낌은 '이기심'으로 귀결된다. 죽음이 억울하고, 남의 편지를 남에게 서스름 없이 주며 돈을 챙기고, 확인되지 않은 죽음을 증언해주고. <<나의 이름은 빨강1>> 을 읽은 과정에서 카라와 세큐레의 결합을 바라왔지만, 1편 마지막 애니시테의 죽음을 처리하고 결혼에 이르는 과정을 보고, 2편을 읽을 나는 무엇을 바라야 할지 혼란감을 갖게되었다. 이런 혼란감은 보편적으로 선과 악이 존재하는 소설의 공식을 이 소설이 따르고 있지 않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인간의 '이기심'을 주제로 하는 다양한 소설이 있고, 그런 각 소설들에선 어느 정도 선과 악이 존재하는 것이 보통이다. 하지만 모두의 속마음을 들여다 보며 전개되는 이 이야기에서 분명 악은 존재하지만, '최악에 서있지 않은 자들을 과연 선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하는 물음에서 복잡한 감정이 펴오른다.
이 책에서는 색을 이용한 표현이 종종 나오는데, 그 표현 방식을 빌려 이 소설에서 받은 느낌을 색으로 칠해자면, 아랍향이 많이나고 세상의 색을 표현하기 위해 준비해둔 것 같은 진하고 맑은 빨강, 노랑, 초록의 화려한 색들과, 세상의 모든 빛을 걷어낸 검정이 공존하는 색으로 칠애햐 할 것이다. 이 것이 공존일지, 한 순간씩 번갈아 보이는 것인지 알 수 없지만 분명 모두가 존재한다. 하지만 섞여있진 않다. 지금 느끼고 있는 이 색의 느낌이 2편까지 모두 읽고 어떻게 바뀔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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