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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udiance/영화 & 드라마

영화 | 이미테이션 게임 - 영화로 살펴보는 간략한 암호 기술

by dazwischen 2022. 7. 25.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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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영화를 보았다. 이미테이션 게임이라는 영화이다. 베네딕트 컴퍼 배치(극 중 앨런 튜링 Alan Turing)와 키이라 나이틀리(극 중 조안 클라크)가 주연을 맡았다. 2014년에 개봉해서 거의 10년이 다돼가는 꽤 오래된 영화이다. 이 영화를 알게 된 건 백엔드 보안 공부를 하면서다. 암호를 얘기하면서 많은 분들이 이미테이션 게임을 소개해주셨다. 그때 적어두고 꼭 한 번 봐야지 하고 있었는데 이제 보았다.

이미테이션-게임-포스터이다.
이미테이션 게임

시작

배경은 20세기 초 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 독일이 유럽에 위세를 떨치고 있던 시기이다. 독일 나치군은 모든 통신 시 애니그마라는 암호화 기계로 번역된 의미 없는 문자열을 이용하였다. 이 때문에 공개돼 있는 나치군의 통신 내용을 아무도 이해할 수 없었고 나치군은 자유롭게 공개된 통신을 사용했었음에도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앨런 튜링은 영국의 천재 수학자이다. 그는 이 애니그마를 수학적으로 해독해 내기 위해 블레츨리 파크(Bletchley Park)로 오게 된다. 

애니그마와 크리스토퍼

애니그마는 독일 나치군이 사용한 암호화 기계이다. 특정 문자를 다른 문자로 변환시켜 주고 반대 기능을 갖고 있는 기계로만 해독이 가능하다. 그리고 이 변환 기능은 원할 때마다 바꿀 수 있다. 이점이 해독을 어렵게 하는 것이다. 아무리 오랜 시간 암호 해독을 위해 노력해도 기능을 바꿔 버리면 다시 처음부터 해독을 시작해야 하기 때문이다.

크리스토퍼는 앨런 튜링이 개발 중인 애니그마의 해독 기계이다. 영화에서 보면 이론적으론 큰 문제가 없었지만 하루 안에 해독해야만 하는 시간적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나치군의 신호를 수집하는 동료의 이야기하던 중 신호 안에 히틀러를 포함한 의미 없는 문자들이 규칙적으로 들어간 것을 알게 되었고 해독에 성공하게 된다.

암호 기술

이미테이션 게임 속 암호 해독 과정을 통해서 정보를 보호하는데 중요한 요소 두 가지를 파악할 수 있었다.

  1. 첫 번째는 암호화이다. 정보를 담고 있고 누구나 얻을 수 있지만 그것이 어떤 의미인지 파악이 안 되는 문자열. 이 것이 애니그마가 한 일이고 가장 기본적인 암호화이다.
  2. 두 번째는 시간이다. 해독할 수 있더라도 해독하는 시간을 적게 주거나 해독할 수 있는 시간보다 암호화 방식을 자주 바꾼다면(실제로는 해독 시도 시간을 줄이는 것) 물리적으로 정보를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앨런 튜링

이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앨런 튜링은 실존 인물이다. 그는 지적 탐구를 즐기는 천재적인 수학자였고 동성애자였다. 당시 영국에서는 동성애 행위 자체를 불법으로 간주했다. 영화 속 암호 해독 기계 크리스토퍼는 앨런 튜링이 짝사랑하던 학창 시절 단짝 친구의 이름이다. 집단 따돌림과 폭력을 당하던 앨런 튜링을 조용히 도와주던 이가 크리스토퍼이다. 크리스토퍼 역시 수재였고 둘은 지적인 활동을 함께 즐길 수 있는 좋은 친구였다. 하지만 영화 속에선 크리스토퍼는 학창 시절 결핵으로 갑자기 사망하게 된다. 나중에 애니그마 해독 기계를 개발하는 앨런 튜링은 이 기계를 크리스포터라 불렀다. 앨런 튜링이 왜 복호화 기계에 크리스토퍼라는 이름을 붙였는지 직접적으로 보여주진 않지만 "어려운 시기"를 함께 극복해가고 도움을 주던 친구였기에, "어려운 시기"에 있는 영국과 세상을 구하는 여정에도 함께해주길 바라는 마음에서 이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여기까진 영화만을 본 감상인데 따로 알아보니 실제 해독 기계는 튜링 봄브 (Turing Bombe)라는 이름을 갖고 있었다고 한다. 앨런 튜링은 애니그마를 해독하는 프로젝트 이후 "동성애 혐의"로 범법자가 되었고 화학적 거세 형을 받게 되었다. 그는 41세에 자살을 택하며 삶을 마무리 짓는다. 20세기 중반에 받은 그의 형은 2013년에 되어서야 엘리자베스 2세에 의해 특별사면되었고 동성애를 범죄로 본 법률조항들이 위헌으로 선언됨으로써 완벽하게 복권되었다.

감상

보안 기술

보안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고 있었기 때문에 영화를 보는 내내 그들이 풀기 어려워하는 것만큼 나 또한 그렇게 구현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어떤 기술을 사용함에 있어서 그 기술이 발전해온 과정을 보는 것은 정말 중요한 것 같다. 잘 사용하지 않아 이런 건 왜 있는 거야 싶은 것들도 만들어질 당시엔 중요한(critical) 역할을 했을 수 있다. 과거에 했던 고민을 한 번쯤은 같이 해봐야 보다 기술을 잘 이해하고, 그들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고 발전시킬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동성애 혐의

2022년 현대 사회에서도 모든 사회가 동성애를 받아들이는 것은 아니다. 동성애의 옳고 그름을 떠나, 미래의 한 사람의 시각으로 바라볼 때 "하나의 지향"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성적성향이 혐의로 받아들여졌다는 것이 충격적이었다. 마치 다른 종교를 믿는 사람이 박해를 받던 것과 같이. 우리가 지금 아니라고 받아들이는 것들 중 후대에 충격적으로 바라볼 것들은 어떤 것이 있을지 생각해 본다.

비범한 자의 비범한 노력

영화에 이런 대사가 나온다.

Sometimes it is the people no one imagines anything of who do the thigs that no one can imagine.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했던 사람이 때로는 아무도 생각할 수 없던 일을 해내기 때문이죠.

대사에서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말하지만 실제론 대단히 될 사람을 부르는 복선이다. 비범이 일컬어질 사람이 비범한 노력을 통해 현실을 극복하고 바꿔 나가는 모습. 그런 모습을 언제나 바래왔고 그런 사람이 되고 싶었던 나 자신을 돌아보게 만들었다. 이런 말들을 들으면 늘 가슴 뛰고 부푼 기대로 의지를 다지고 뛸 준비를 했었는데, 이번엔 "저렇게 해도 괜찮을까?" 하는 마음이 조금 들었다. 나도 조금은 현실적으로 변하고 있다고 느꼈다. 어쩌면 살짝 겁에 질린 것 같기도 하다. 지금 이렇게 기록해 두고 나중에 돌아봤을 때 지금이 변화의 시점이었을지 잠시 방황했던 것이었을지 궁금해진다.

Quotes

Do you know why people like violence? It is because it feels good. Humans find violence deeply satisfying. But remove the satisfaction, and the act becomes... hollow.
사람들이 왜 그렇게 폭력을 좋아하는지 압니까? 그건 기분이 좋아지기 때문입니다. 인간들은 폭력에서 쾌감을 느끼거든요. 하지만 그 쾌감을 제거한 후 남은 행위들은 공허해집니다.
It doesn't matter how smart you are, Enigma is always smater. If you really want to sovle your puzzle, then you're going to need all the help you can get and they are not going to help you if they do not like you.
당신이 얼마나 똑똑한진 중요하지 않습니다. 애니그마는 항상 더 똑똑할 테니까요. 당신이 정말로 퍼즐을 풀고 싶다면 당신이 취할 수 있는 모든 도움이 필요하게 될거고 만약 저들이 당신을 좋아하지 않는다면 당신을 돕진 않을 거예요.
Ask and it will be given to you; seek and you will find; (knock and the door will be opened to you). Matthew 7:7
구하라, 그러면 주어질 것이다. 찾으라, 그럼 얻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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