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 감독의 신작 미키17을 본 후의 내 멋대로 해석하고 복습하는 글이다.
봉준호 감독의 신작 미키17
2월 28일 미키17 개봉일에 관람하고 왔다. 기생충 이후 긴 시간이 지난 뒤 나오는 봉준호 감독의 작품이라 빠르게 보고 싶었다.
미키 17 간단 설명
미키17은 봉준호 감독이 연출하고, 에드워드 애슈턴의 원작 소설 미키7 <Mikey 7>을 바탕으로 한 SF 영화이다. 주인공 미키(로버트 패틴슨)는 인류의 우주 개척 탐사대원 중 한명으로, 우주에서 역할들을 수행하는 동안 사망할 경우 새롭게 복제 인간으로 생성되는 '익스펜더블'의 임무를 수행한다. 미키17은 인간의 복제라는 윤리적 문제와 인간 정체성에 대한 철학적 고민을 하게하는 작품이다.
원작 - 미키7
이 영화는 어떤 영화의 리메이크인 작품 아니다. 하지만 항상 작품을 소개할 때 함께 언급되는 것이 미키7이라는 소설이다. 하지만 미키17은 미키7의 단순한 재현이 아닌, 재창조 과정을 거친 작품이다. 제목이 원작인 미키7이 아닌 미키17인 것으로 부터 알 수 있다. 다만 같은 7을 가져감으로써 많은 내용은 계승했을 것이라고 추정된다. (zyn은 미키7을 읽지 않았다.)
익스펜더블 (expandible) - 소모품
영화(혹은 원작)에서 미키의 역할은 익스펜더블이다. 이는 지속적으로 육체를 재생산하고 기억을 주입해 죽지 않는 것 같은 삶을 살지만, 그 혜택으로 인류를 위한 시험체가 되어야 하는 역할이다. 방사능에 노출되어 육체 변화를 관찰하고 바이러스에 먼저 노출돼 백신을 개발에 도움을 주는 그런 용도말이다.
영어 'expand'에 대한 뜻은 확장하다이다. 하지만 영화속 expandible(익스펜더블)은 확장보단 재생산의 용도이다. 왜 이런 단어를 사용했는지 알아보니, 실제 expandible은 '소모품'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따라서 확장가능성을 말하는 것이 아닌 소무품 자체를 말하는 것이었다.
뜻을 알고 보면 많이 잔인하다는 생각이 든다. 특정 사람을 '소모품'이라고 공식적으로 규정하고 실제 소모하는 사회.
휴먼 프린터 (인간 복사기) - 연속과 불연속 사이
익스펜더블을 생산(복제)하기 위해선 인간 복사기가 사용된다. 우주선에서 발생하는 모든 유기물을 모아고 정제해, 육체 생성에 재활용한다. 기억은 벽돌
- 새로운 미키는 이전 미키와 같은 형태의 신체를 갖고, 같은 기억을 공유하지만 과연 동일한 존재라고 할 수 있는가? 기억과 경험을 식하는 것으로 동일한 인격의 연속성을 보장할 수 있는가?
- 미키는 우주선 내 사회에서 '소모품'으로 공식적으로 취급되고 있는데, 미키 자신은 스스로를 어떻게 정의해야 하는가? (독립적인 개체인가, 우주선의 종속되 개체인가)
또한 이 휴먼 프린터는이전 미키가 존재하는 세상과 새로운 미키가 존재하는 세상을 나누는 경계로도 볼 수 있다. 영화 마지막에서 이 기기를 폭파시키는 장면을 통해서 그 경계를 부수고(혹은 차단하고) 더이상 인간 복사라는 비인간적 행위의 중단한다. 하지만 이 기기를 폭파시키기 직전 미키가 꿈속에서 미키18이라면 어떻게 했을까란 질문과 행동을 모사하는 모습을 통해, 모든 미키는 미키안에 있다는 내용을 전달한 것은 아닌가 생각이 든다.
니플하임 (Niflheim) - 개척지
니플하임은 북유럽 신화에서 '어둠의 세계' 또는 '안개의 세계'를 의미하는 장소이며, 세상이 만들어 지기 전부터 존재한 태초의 땅 중의 하나라고 여겨진다. 보통 춥고 얼음으로 가득한 곳으로 묘사된다. 즉, 얼음의 세계이다. (참고로 무스펠하임(Muspelheim)은 반대의 개념으로 불의 세계를 가리킨다.)
영화속 선택받은 사람들은 우주선을 타고 니플하임으로 떠난다. 그렇게 해서 도착한 니플하임은 북유럽 신화의 니플하임과 마찬기지로 '얼음 사막'이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들은 유토피아를 찾아서 이런 황무지에 도착한 것이다.
어떠한 생명체도 살 수 없을 것 같은 니플하임에는 원주민들이 존재했다. 이 생명체들을 인간은 '크리퍼'라고 부른다. 이 크리퍼들은 집단을 위해 협력하는 모습도 보이고, 미키를 구해주는 이타적인 모습도 보인다. (하지만 이러한 이타성은 인간의 해석으로, 그들에겐 외계체를 자신들의 거주지에서 몰아낸 생존 본능적 행위로 볼 수도 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이들의 태도보다도, 이들을 대하는 인간들의 태도이다. 인간이 미지의 환경에서 생존하고 개척하기 위하는 과정에서 원주생명체들 대하는 태도와 그들의 대응을 통해서 우리에게 물음을 던진다.
우주선 - 소우주
영화의 배경은 우주선 내이다. 폐쇄된 공간으로, 우주를 자유롭게 가지 못하는 지구의 특성과 비교하면 같은 공간적 특성을 갖는다고 볼 수 있다. 즉, 우주선은 소지구로 하나의 세계를 보여준다. 새로운 세계라는 진취적인 행위로 도전을 이어나가는 사람들은, 지구에서와 아주 똑같은 행동패턴을 보인다. 계급을 나누고,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을 벌 주고, 인간의 본능까지도 통제하는. 이런 모습을 통해서 과연 이들이 원하던 '새로운 세계'가 정말 새로운 세계가 맞았는지 갸우뚱 하게 된다.
후기
정말 많은 생각을 하게끔 만드는 영화라 보는 내내 머리가 쉴 수 없었다. 하지만 영화의 톤은 상당히 차분했다. 마치 부조리한 사회를 고발하기 위한 차분한 다큐멘터리를 보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액션스릴러를 기대한 관객들에겐 조금은 지루할 수 있다.) 하지만 정말 아깝지 않은 시간이었다는 기분이 영화를 본 이후에 점점 더 커지고 확신하게 되는 영화이다.
개인까지 가세한 미디어 컨텐츠의 폭주로, 요즘은 세상의 모든 사람의 소리가 들리는 확성기 사이에 사는 느낌이다. 이런 멈추지 않는 자극과 메시지 속에서 깊은 성찰을 하고 머릿속 경종을 울리게 하는 건 너무나 어려운 일이 되었다. 그렇기에 미키17이 던지는 이런 수많은 물음에 머릿속 여러 경종이 울리고, 이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갖으며 글을 쓰고 지금 이 시간이 너무나 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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