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북을 사야 한다는 주문을 외우고 또 외우던 내가 맥북을 주문하였다. 그런데 기다리는 중이다. 아주 오랫동안.
나는 맥북을 주문한 사람
앱뇌이징
개발을 시작한 이후로 iOS용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싶은 열망을 윈도우에서 해결해보려 웹 세상을 누비고 또 누비고 다녔다. 이곳에 가면 내가 원하는 답이 있을까. 저곳에 가면 내가 원하는 답이 있을까. 어딜 가도 대부분의 정보들이 "할 수는 있으나 그냥 맥북을 사라"였다. 고민에 빠진다. 나는 맥북을 사야 하는 건가? 나도 맥복을 사야 하는 건가? 나는 맥북을 사고 싶다! 나도 맥북을 갖고 싶다! 어? 고민을 하고 있던 나는 없어졌고 욕망 덩어리의 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이렇게 바뀌는 건 정말 한 순간이었다. 언제 내가 맥북 없이 iOS용 프로그램을 만들 생각을 했었는지 조차 기억나지 않을 만큼 뇌이징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아이쇼핑
나의 뇌이징에 가장 크게 일조한 것은 유튜브였다. 매일매일 왜 자신들이 맥북을 샀는지에 대한 논거가 아주 논리 정연하게 실시간으로 올라오고 있었다. 그 논리가 아주 기똥차서 나는 동의하며 박수를 쳤다. "I agree with it!" 그렇게 매일 다양한 사람들의 주장(변론)을 듣고 매일 밤 잠자리에서 마지막으로 하는 것은 애플 공식 홈페이지에서 나의 맥북을 구성해 보는 것이었다. 램도 늘려보고, 저장공간도 늘려보고, 씨피유도 과감히 업그레이드해보고. 멋진 모습을 갖춰가는 나의 맥북이 너무나 늠름해 보였다. 정말 뿌듯한 시간들이었고 값이 부담적이지만 너무 매력적인 조합이라 생각하며 그런 맥북을 만들어낸(?) 나 자신에게 칭찬하며 잠에 들곤 했다. 그런데 매일 애플 공식 홈페이지에 접속할 때마다 나를 불안에 떨게 하는 메시지가 있었다. 지금 주문하면 언제 받을 것인지 예상 배송일을 알려주는 문구였다. 일단 맥북이 처음 출시됐을 땐 언제든지 올해 안엔 받을 수 있었기 때문에 급하지 않았다. 아주 너그러웠다. 그렇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그 시기가 점점 연말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고 까딱하다간 내년이 될 것 같단 불안이 나를 잠 못 들게 만들곤 했다. 또 연말은 물류의 시기 아니던가. 이렇게 느긋하게 있다간 올해 그를 만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주문을 해야지 "내일" 다짐하며 매일 밤 잠들었다.
맥북 주문자
놀랍게도 아침만 되면 맥북을 사겠단 다짐을 다 까먹어버린다. 나의 뇌는 나를 부자로 만들기 위한 세팅이 완벽하게 되어있다. 그런 나의 뇌의 노력에도 유튜브는 끊임없이 나의 뇌와의 전쟁을 했고 유튜브가 밤이 아닌 낮에 승리한 날이 있었다. 그날 나는 나의 다짐을 실천으로 옮기는 행동하는 남자의 모습을 뽐내기 시작했다.
CTO : Configure to Order
행동하는 남자는 본디 합리적이다. 유튜브가 이겼지만 나의 뇌는 마지막까지 나를 부자로 만들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16인치를 14인치로 휴대성을 높였고 M1 Max에서 M1 Pro로 예술가 코스프레 허세를 죽였다. 대신 부자로 만들어 주기 위해 나에게 딱 필요한 램을 16GB에서 32GB로 올리는 섬세함과 외장하드 또 사지 말라고 SSD를 512GB에서 1TB로 화끈함을 보여주었다. 또 혹여나 이 소중할 맥북이 다쳐서 수리비 폭탄 맞지 말라고 방탄 보험 맥북 케어까지 들어주셨다. 나는 부자가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아무튼 그렇게 선택된 zyn-brain-selecting(이하 zbs) cto 버전이 탄생하였다. zyn-brain 만세.
기다리다가 지친다 - 2PM
그리하여 나는 12월 8일 기다리고 기다리던 맥북 주문자가 되었다. 그리고 이 글을 작성하는 12월 21일도 아직 맥북 주문자이다. 언제쯤 나의 맥북이 오는 것일까. 조립은 되어지고 있는 것일까? 아직 광석으로 채굴도 안된 상태인 건 아닐까? 노파심에 매일 맥북을 기다리며 동쪽 하늘과 서쪽 하늘을 바라본다. 중국에서 만들어져 바로 한국으로 올지 중국에서 만든 맥북이 혹여 미국을 갔다 오지는 않는지. 걱정에 양쪽 하늘을 바라보며 무사히 오기만을 오매불망 기다리고 있다.
믿음
나는 zbs맥북이 무사히 올 것이라고 믿는다. 강력하게 믿습니다. 분명 12월 29일 이후에 온다고 했지만 좀 더 빨리 올 거라고 믿(고싶)다. 난 믿다. 올 때까지 나의 미래 동료 맥북 유저 유트버님들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들으며 태교 공부에 매진할 계획이다. See you soon z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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