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섭 전시 후기 | 황소는 없었지만, 황소가 만들어진 긴 여정을 볼 수 있었다
광화문 아트조선스페이스에서 진행중인 <쓰다, 이중섭> 전시에 다녀왔다. 직접 티켓을 구매해서 방문한 내돈내산 관람후기이다.
광화문 아트조선스페이스 - 쓰다 이중섭
이중섭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는 특별전이 광화문 아트 조선 스페이스에서 진행중이다. 학교 다닐때 정말 많이 배웠고 우리나라 미술사에 중요하기 때문에 너무나 잘알고 있는 작가 이중섭. 올해 전시 계획을 보면서, 이 전시는 꼭 가야겠다는 마음으로 티켓을 미리 구매해 두었다. 그리고 햇살 좋은 봄날에 전시를 다녀왔다.

광화문 아트조선스페이스는 광화문 조선일보 건물 뒷편에 위치해 있다. 골목길이 예뻐서 건물들을 구경하며 걷다보면 어느새 전시장 앞에 도착해 있게 된다.



1. 쓰다, 사랑을 : 젋은 날의 자유와 사랑, 엽서화
첫 번째 이중섭 작가의 작품들은 엽서화이다. 이중섭은 일본인과 결혼해 2명의 아들이 있었다. 하지만 이중섭은 한국에, 나머지 가족들은 일본에 있었다. 그렇기에 이중섭은 가족들에게 많은 소식을 우편을 통해 전하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 엽서와 편지에 많은 그림을 남기게 된다.

작품을 만들려고 그린 것이 아니고, 가족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그린 그림 일기와도 같은 작품이기 때문에, 작가의 숨김없는 진솔함이 담겨 있지 않나 생각해 본다.

한가지 흥미로웠던 점이 있는데. zyn도 엽서에 그림을 그리기도 하고, 친구들에게 전달할 엽서에 직접 그림을 그리곤 했는데. 이 점이 같아서 내심 반가웠다.
2. 쓰다, 절절함을: 사무치는 그리움, 편지화
두 번째 섹션은 편지화였다. 엽서화에 이어서 역시 가족들에게 전하는 편지에 글과 함께 다양한 그림들이 담겨있다. 이중섭 작가의 글씨를 직접 보는 것도 신기하기도 했고, 시간을 초월해 메시지가 아직도 전달되고 있다는 느낌도 들었다.




편지지의 크기가 재각각이듯, 그림들도 다양한 방식을 갖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중섭 작가의 가족에 대한 사랑이 글자 하나하나에 꾹꾺 담겨져 있는 것을 느낄 수 있었고, 가족을 만나지 못하는 그의 아픔이 느껴져 마음이 아팠다.

3. 새기다, 그림을: 비극 속 피어난 창조의 예술, 은지화
세번째 섹션은 은지화이다.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던 이중섭은 종이가 없어 은박 담배 포장지를 펼쳐 그위에 그림을 그렸다. 이 내용은 학교에서 많이 배웠었는데, 그 작품들을 실제로 볼 수 있었다.




쓰던 담배 갑을 펼친 종이이기에, 온전한 종이가 없었고. 그런 온전치 못한 은지에 힘으로 그린 그림의 선에서 더욱더 그의 가난과 가족에 대한 그리움 그리고 외로움이 느껴지는 것 같아, 은지화들은 작지만 무게가 느껴지는 작품들이었다.

4. 쓰다, 시대를: 붓으로 쓴 삶의 노래, 유화 및 드로잉
마지막은 채색이 들어간 작품들이다.



어떻게 보면 채색을 통해서 이중섭의 작품은 완성된 것으로 느껴진다. 왜냐하면 그의 독특한 채색 방식이, 이중섭이라는 작가의 정체성을 만들어 냈다고 보여지기 때문이다. 그런 대표적인 작품이 '황소'인데, 이번 전시에는 '황소'작품은 없었다.
황소는 없었다.
이 점을 모르고 방문했기 때문에, 다소 아쉬움이 있었다. 그렇지만, 오히려 유명한 '황소'가 없었기 때문에 이중섭의 다른 작품들을 좀 더 유심히 볼 수 있었기도 했고. 그랬기에 '황소'가 탄생하는 그 여정을 함께 할 수 있었다는 생각에 이번 전시가 가치 있었다는 느낌이 든다.
5. 쓰다, 역사로 : 조선일보 100년의 기록 속 이중섭
마지막은 조선일보의 기록들 중 이중섭에 대한 기사들의 모음이다. 현대사와 함께한 조선일보이기에, 기사를 통해 이중섭이 세상에 이름을 드러내고, 알려지게된 과정을 모두 함께 했고, 여전히 함께 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좀 색다른 전시 방향이였단 느낌이 든다.


전시 관람을 마치며
이번 <쓰다, 이중섭> 전시를 통해서 이중섭의 삶을 돌아보고, 그의 인생을 관통하는 그림움, 가족에 대한 사랑 그리고 예술가로써 작품으로 가난을 극복해 보려는 고군분투를 느낄 수 있었다. 그 여정의 정수인 '황소'는 없었지만, 그렇기에 '황소'가 만들어지는 그 여정을 함께 한 것 같았다. 이번 전시는 숙제를 하나 남겨준 것같다. 그의 여정을 봤으니, 그 결과를 만나러 가야 하는.






